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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발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2015년 부터 였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편은 아니지만 그 때 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스니커에 기반한 패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G-Dragon AND [ NIKE ]
지디가 빅뱅으로 활동 하면서 유행시킨 나이키, 조던류의 신발들은 한정판으로 발매되었거나 발매된 기간이 오래되어 당장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애가 많이 타던 팬들은 해외 리셀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해외 리셀 매장에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가져와 소장용으로 보관하거나, 직접 착용을 하면서 지디가 만들어 가는 패션 부흥기에 참전하게 됩니다.
G-DRAGON 과 NIKE
이 시기는 스냅백과 나이키, 조던 운동화의 깔맞춤, 그러니까 색상 조합을 같이 하는 밸런스 잡힌 패션이 지디로 하여금 유행이 되던 시기 입니다.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뉴에라의 스냅백이 아닌 미첼앤네스 (Mitchellandness)의 스냅백이었으며 이것도 한정판으로 발매되어 구매하기 힘든 품목을 착용하면서 팬들은 몇개 존재하지 않는 이 모델들을 구매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 (Off-White) 가 생기기 이전 파이렉스 (Pyrex) 라는 브랜드의 체크무늬에 큼지막한 등판 나염이 새겨진 셔츠류들이 깔맞춤 하기 좋은 아이템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 몇 스니커헤드들만의 시장이었던 한정판 신발들이 지디로 하여금 봉인해제가 된 시기였고, 패션 암흑기였던 2000년대 초반을 탈피하여 최근까지 유행한 모든 패션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역시 지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음알음으로 거래가 되고 가짜들이 판을 치던 스니커시장에 2016년 정품 인증 개인거래 라는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 X) 가 설립 됩니다. 스탁엑스는 개인이 한정판으로 가지고 있어도 거래할 수 있는 팬층이 두텁지 않았던 스니커씬에 큰 인프라를 건설한 셈이었습니다. 개인 거래 플랫폼의 아버지였던 E-BAY에서 거래되는 신발들이 정품이라는 게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가품 논란이 꾸준하던 그 시기에 확실한 시장 수요를 파악한 성공 할 수 밖에 없던 사업 아이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We Don't Like PAY FOR [ HIGH PRICE SNEAKERS ]
나이키, 조던으로 패션을 선도한 지디는 연이어 크롬하츠 (Chrome Hearts), 톰브라운(Thom Browne) 같은 고급 브랜드들로 다시 한번 패션씬을 이끌어갑니다. 손가락 마다 끼워진 블링블링한 크롬하츠 반지와 십자 목걸이, 귀걸이로 악세사리를 채웠고, 톰브라운 수트와 맥코트로 스트릿 패션에서 벗어나 정돈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며 스트릿 패션을 잠시 탈피 하게 됩니다. 그리고 팬들은 톰브라운과 크롬하츠의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아이템에 접근하게 됩니다.
G-DRAGON 과 THOM BROWNE
2018년 군대에 입대할 무렵, 발렌시아가의 어글리 슈즈인 트리플에스 (Triple S) 를 신고 마지막 활동을 이어갔는데 이 못생기고 비싼 신발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팬들은 주머니를 털어 그 동안 모아온 나이키, 조던이 아닌 백만원도 넘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신발을 당장 사야하는 부담감이 있었으면서도, 등대처럼 확실히 끌어주는 지디의 패션을 믿고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발렌시아가 공홈은 항상 Sold Out과 Restock 을 오가며 구매에 혈안이 되어 있는 팬들을 안달나게 하였고 이 무렵 지디는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지디가 군에 있는 동안에도 팬들은 그가 남긴 마지막 유행을 좇아 발렌시아가 트리플에스에 웃돈을 얹어가며, 나이키 매니아, 풋셀과 같은 개인 거래 사이트, 해외 구매 대행, 중고 명품 거래 사이트 등에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게 됩니다. 저는 이 때만큼 명품 운동화가 확실히 거래되는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핫한 시기였습니다. 여러가지 색상으로 발매되어 몇 년간 수요를 단단히 가져갔으나 이후 더이상 트리플에스의 착장을 볼 수 없는 지디를 그리워하며 조용히 사장 되었습니다. 2019년 지디가 제대할 무렵, 소문으로 돌던 지디와의 첫 콜라보 모델인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Nike Air Force 1 Paranoise) 가 2019년 11월에 발매 되었습니다. 이 때 겉피가 벗겨지며 새로운 디자인이 드러나는 신박한 기술이 접목된 파라노이즈는 지디의 패션 선도를 기다렸다는 듯 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으며 다시 한번 지디의 패션 공식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G-DRAGON 과 CHANEL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발렌시아가 까지는 참겠는데, 이제 접근하기 더욱 힘들어진 것은 체형적으로 대중적이지 못한데다가 고가의 브랜드인 샤넬을 기반으로 한 슬랜더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샤넬을 사랑하고 샤넬도 사랑한 지디, 이 둘 사이에서만 불꽃이 일어날 뿐, 그 동안 지디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팬들은 멍하니 지붕만 쳐다보며 넋이 나갈 뿐이었습니다.
간혹 한번씩 신고 나오는 미하라 야스히로 (Maison Mihara Yasuhiro) 의 오버솔 캔버스 운동화도 이미 지디의 실착 사진 공개 이후 해당 색상의 모델만 리셀 가격이 산으로 가고 있을 뿐, 호불호가 있고 대중적이지 않은 이 신발은 특정 색상이 외에는 트리플에스 때와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SNEAKER Scene TO BE [ DARKNESS ]
팬들은 지디 하고 싶은대로 했더니, 정말 이젠 자기 하고 싶은대로 독보적인 패션센스를 보여주지만 대중적이지 않는, 혹은 지디 스스로가 처음부터 자기만의 패션센스를 가져가기 위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를 착용한 시점부터, 어쨌든 현재까지 끌어온 패션 업적에 부담을 느끼고 탈대중을 하기 위한 빌드업의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유행하고 있는 패션은 무엇이다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시 한번 패션 암흑기가 찾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길거리를 걷거나, 학교, 회사에서 마주하는 우리네의 패션은 마치 약속한 듯이 검은 슬랙스에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재출시를 거듭하는 나이키 덩크 범고래를 신고, 흰 셔츠 혹은 흰 티셔츠, 그것도 바지 안쪽으로 넣어 입는게 고작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발악일 뿐 이것이 획기적이고 아름다운 훌륭한 패션이다 라고는 할 수 없는 패션 암흑기에 접어든 것은 아닐까요?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돌고 돌 수 있는데에는 패션을 선도하는 대표선수가 확실히 등장해야하고, 우리는 그 선수를 믿고 과감히 도전을 하며 그것이 대중화가 되고 우리는 그것에 열광하며 다시 한번 유행을 이끌어가야만 패션이라는 것이 돌고 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봅니다.
지극히 40대 아저씨의 두서없는 개인적인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리며 이상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